<리현일 기자의 시사펀치>
지하철 2호선 구간에서 멈춰 있는 열차를 뒤따르던 열차가 들이받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망자는 없다고 하나 240여명이 다쳐서 그 가운데 150명이 입원하는 가볍지 않은 사고였다. 또 같은 날 승객 390여명을 태우고 울릉도를 출발해 독도로 가던 한 여객선은 엔진 고장을 일으켜 중간에 뱃머리를 되돌렸다. 경주 마리나 리조트에 이은 세월호 사고로 시름에 젖고 분노에 차 있는 국민들은 또다시 가슴을 졸여야 했다.
왜 이 정부 들어 이렇듯 사고가 잦은 것일까. 최근에 일어난 사고들의 원인을 파고들다보면 저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공통의 요인이 드러난다. 바로 자본에 대한 규제 완화이다. 자본은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존재이다. 자본이 안전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사실은 자본의 논리에서 나오는 당연한 이치이다. 자본은 더 낡은 운송수단을 쓰려하고 정원보다 더 많은 승객을 태우려 하며 화물도 규정보다 더 많이 실으려 한다. 경험 많고 노련한 직원보다 저임금의 비정규직을 써서 인건비를 줄이려고 한다. 이게 자본의 생리이다. 이에 대해 규제를 만들어서 자본으로 하여금 안전에 신경 쓰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만약 국가가 안전에 대한 규제를 풀어버리면 사고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역사적으로 보면 자본에 대한 규제를 만든 힘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스스로 안전을 지키기 위한 노동자들의 투쟁이었다. 다른 하나는 개별 자본에 대한 규제가 오히려 총자본에게 이득이 될 수 있음을 분별해서 현실에 적용했던 국가의 이성이었다. 예를 들어 산업 안전에 대한 규제는 개별 자본들에게는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지만 치료비와 재해 보상 등을 고려할 경우 전체 자본의 입장에서는 이익일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비춰볼 때 규제가 유지되기 위한 조건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자본의 힘에 비해 노동의 힘이 달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가 전체 자본의 장기적인 이익을 고려할 안목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어야 안전 규제가 유지되고 사고가 감소할 수 있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 노동의 힘은 더욱 약해지고 있다. 정부가 노골적으로 자본 편에 선 탓이 크다. 이리하여 규제를 유지할 수 있는 노동의 힘은 매우 약해진 상태이다. 회사의 비정상적인 경영, 규제 위반 등을 견제할 노동의 역량은 거의 무시할 수준이다. 현 정부는 장기적인 이익을 고려할 안목도 가지지 못했다. 이 정부는 당장 눈앞의 이득만을 추구하는 개별 자본들에 휘둘려 마구잡이로 규제를 풀고 있다. 이러한 규제완화가 개별 자본들에게 이득을 안겨줄지 모르지만 전체 자본, 나아가 전체 국민에 대해서는 막대한 피해를 줄 수도 있다. 그러한 사실을 고려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현 정부의 무능력이 드러난다.
정부가 자본의 단기 이득을 위해 안전에 대한 규제를 주도적으로 해체하고 또한 노조의 힘을 뺏어 규제가 유지될 수 있는 토대를 제거함으로써 이제 우리 사회는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의 사고가 날지 모르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최근의 사고들이 현 정부와 이전 정부에서 벌어진 여러 규제완화가 누적되어 발생된 것이라고 본다면 앞으로 더 큰 사고가 나지 말란 법도 없게 되었다. 사회학자들이 말하는 위험사회가 도래한 것이다
위험사회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부가 장기적인 이익을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최소한 일방적으로 자본 편을 드는 정책, 노조에 적대적인 정책을 버려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박근혜 정부에게 그걸 기대할 수는 없을 듯하다. 이 정부의 인적구성이나 그 구성원들의 인식 등을 볼 때 이는 불가능해 보인다.
온 국민이 대형사고 위험을 무릅쓴 채 숙명처럼 체념하고 있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동요하지 말고 제 자리를 지키며 가만히 있으라’는 정부 말만 믿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더 이상 애도만 하고 있어선 안 된다. 분노를 표현해야 한다. 제도의 정치가 제 역할을 못하면 거리의 정치가 대신하는 수밖에 없다. 나와 우리 가족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서서 행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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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불안해서 못 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