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보육 시행 후 중앙-지방 정부, 교육청 간 예산 갈등은 잠잠할 틈이 없었다. 올해도 누리과정 예산 부족분을 지방채 발행으로 해결하려 해 땜질처방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바른시민사회는 25일 토론회서 국회는 4월에 지방재정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 사태가 해결되는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이미 심각한 재정난에 직면해있는 지자체는 지방채 발행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런 단기처방이 오히려 무상보육의 근원적인 문제를 덮어버리는 악수(惡手)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무상급식은 선별적 지원으로 선회하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경남도에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선별 학교급식을 시행하고 예산절감분을 저소득층 교육지원에 투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고 무상급식을 주장했던 일부 단체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급기야 주민투표 청구와 소송에까지 이르렀다.
이처럼 무상복지 시리즈의 대표격인 무상급식과 누리과정이 예산부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해마다 빚는 갈등이지만 여전히 개선책은 요원하다. 이에 바른사회시민회의는 복지재원 현황에 따른 복지지원 수준을 논의하고, 무상급식과 누리과정의 법적-교육적 검토를 통해 복지체계를 점검했다.
누리과정, 무상급식 근본적 구조적 재검토 필요
박정수(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 전면 무상급식 시행에 찬성하는 측이 수혜자의 정체성 갈등에 주목하여 적극적인 복지를 주장하는 윤리적 논변을 편다면, 반대 측은 정책의 효용성 조절에 주목하여 효율적인 복지를 주장하는 공리적 논변을 펴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재정은 교과서나 교육과정, 학교시설처럼 교육의 질과 관련된 핵심 서비스보다 급식이나 보건관리와 같은 부가서비스에 지출되는 비중이 OECD 회원국 중에서 최고 수준이다.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할 경우 대규모의 복지자금이 지출되고, 이는 다른 부문의 복지예산 축소를 불러와 사회복지의 전반적 효율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음. 결국 부담의 합의 없이 복지 지출의 범위를 확대하려는 공약은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지방교육재정의 비효율 문제를 근본적으로 정리하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함.
▪ 국가재정운용계획, 지방중기재정계획, 그리고 시도교육청의 지방중기교육재정계획을 아우르는 top-down 차원에서의 무상복지사업 속도조절과 부담증대에 맞춘 우선순위 조정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김우철(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 2014년 교육부 예산안은 총지출 기준으로 전년(본예산 기준) 보다 6,599억 원(1.2%) 증액된 54조 3,661억 원임. 만 5세 누리과정이 시작된 2012년 만 3,4세 누리과정이 추가된 2013년을 전후로 교육비특별회계 세출예산을 비교하면, 누리과정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복지 예산만 크게 늘었을 뿐 학교재난 위험시설 등 교육환경개선 투자는 대부분 감소했다.추가재원의 확보 없이 추진해 온 누리과정으로 시·도 교육청은 이미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음. 지방교육재정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확보,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적 책임 확대, 더 나아가 지방교육재정 구조의 근본적인 개편 등을 위한 진전된 논의와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성 빈(행변 변호사) - 1981년 제정된 학교급식법은 학교급식시설 및 운영비는 학교설립자의 부담으로 하되, 식품비는 보호자의 부담으로 하는 원칙을 천명하였음. 하지만 2006년 추가 된 학교급식법 8조 4항에서 지자체가 식품비를 지원할 수 있다는 명문규정을 두어 무상급식의 법률적 근거를 마련함. 이는 식품비를 지자체가 무상으로 의무적 지원해야 한다는 해석이 도출되는 것은 아니므로 지자체 예산, 교육재정여건 등을 고려하여 식품비 지원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시·도 교육청은 영유아 보육법 제34조 제3항을 들어 무상교육 실시에 드는 비용을 국가가 전담하거나 적어도 보조해야 한다는 입장임. 그러나 보육의 내용과 범위는 대통령령에 위임되어 있으며, 영유아보육법 시행령 제23조 제1항에는 누리과정 실시에 드는 비용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른 ‘보통교부금’으로 충당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시·도 교육청이 자체적으로 예산확보를 해야 한다는 해석이 옳다.
신중섭(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 - 무상급식·누리과정의 의무를 국가의 책임으로 규정할 때 우리는 학생들의 점심뿐만 아니라 학용품, 교재 등 교육과 관련된 모든 것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여야한다.
헌법 제31조는 모든 국민의 ‘교육 받을 권리’를 보장하면서 이 권리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정과 국가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음. 때문에 의무교육이 무상급식을 필연적으로 포함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양육과 급식은 부모의 의무로 간주해야 함. 그렇지 못한 부모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국가가 도움을 주어야 하며, 이것은 국가의 미덕이지 의무라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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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누리과정의 근본대책은 어디 있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