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사회시민회의는 23일 오후 2시 30분 프레스센터서 휘둘리는 사법(司法),어떻게 해야하나 토론회를 개최했다고 24일 밝혔다.
법은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집행돼야 하며 동시에 형평성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사법 현장에서는 정권의 코드 맞추기식 수사가 난무하고 있으며 여론의 향방이 수사의 속도와 강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형사정책에도 나타나고 있다.
도덕적 비난의 대상을 형벌로 다스리는가 하면 민사로 해결될 사안을 범죄행위로 규정하는 과잉범죄화가 만연하고 있다. 특히 형벌을 통해 어떻게든 범죄자를 징벌하는 데만 너무 초점을 맞추다 보니 형사정책의 세계적 추세인 범죄자의 교화·교정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측면도 있다.
법치주의는 법적 공정성과 형평성이 없이는 담보될 수 없다. 사건에 따라서, 또는 해당 사건 피의자가 누구인가에 따라서 법적판결을 달리해서는 안 되며 이는 형벌을 집행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에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우리나라 검찰 수사의 정치화 그리고 형벌 만능주의를 진단하고 향후 이를 사법개혁과 형사정책적 관점에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다.
<발제1> 형벌만능주의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 최근 발의되거나 제정된 형벌규정들의 특징은 범죄사실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어 경우에 따라서 범죄행위를 할 가능성만 있으면 형사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사회적 법익을 침해한 경제범죄는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침해를 받은 법익이 매우 불명확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형사 처벌을 하고자 하는 경우 법리상 문제점이 많음. 우선 행정벌을 가하고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에 한해서 형사처벌을 가하는 보충성의 원칙을 입법 시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
양벌규정에 의한 형사책임은 ‘무과실책임’을 적용하기 때문에 업무의 주체가 아무리 행위자를 잘 감시 한다하더라도 위법행위가 있으면 무조건 책임을 져야함. 이는 “과실 없으면 책임 없다”는 민사법원칙은 물론이고 과실은 처벌하지 않는 형사법원칙에도 반한다.
사회적 법익을 침해한 추상적 위험범에게 처벌을 가하고, 더 나아가 범죄사실의 입증곤란성이라는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경제범죄에 대한 형법의 예방적․규제적 기능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형법의 비합리적 비대화와 확장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세계적 추세에도 부합하지 않는 비합리적인 현상이다.
<발제2> 가석방제도의 실태와 확대방안
박상열 (광운대 법과대학 교수) - 징역이나 금고형을 선고받고 유기형의 3분의 1을 경과하면 누구든지 가석방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나라의 가석방의 기회는 매우 높음. 그러나 실제로 유기형의 경우 형집행률이 80% 이상 경과하여야 허가되고 있어 법률규정과는 매우 동떨어진 운용이 이뤄져 왔다.
가석방심사는 가석방심사위원회에서 하고 보호관찰 필요성의 여부는 보호관찰심사위원회에서 심사·결정하도록 하고 있음. 가석방심사의 능률적이고 효율적인 심사를 위하여 심사기관을 단일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음. 현행 가석방심사위원회로 일원화하거나 보호관찰심사위원회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가석방과 누진처우등급이 연계되어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형집행율 80% 미만의 자가 가석방이 허가될 수 없으므로 급별심사에서 소요되는 진급기간을 단축하거나 누진처우등급의 1급 혹은 2급에 도달할 수 있는 기간을 형기의 3분의 1로 하향조정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재범의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예측되는 ‘구체적’인 근거가 부재하다면, 재범위험성이 최소화되고 갱생의 가능성이 최대화된 수형자에 한해서는 가능한 한 가석방을 허가하는 것이 바람직함. 가석방의 요건과 허가와 관련된 평가기준도 그러한 기준에 따라 지속적으로 개발·검토돼야한다.
<발제3> 정치수사 탈피 방안
김상겸 (동국대 법과대학장) -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지휘·감독권이 구체적 사건에만 국한된다고 하여도, 그 권한을 삭제하거나 또는 지휘·감독권 행사에 이유를 명기하는 등의 방법으로 개선하는 것이 검찰의 중립을 보장하기 위한 좋은 방안이다.
정치수사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검찰의 인사제도와 인사관행이 전면적으로 개정 내지 개선되어야 함. 이를 위해 검찰청법 제34조의2 검차총장후보추천위원회 내 법조계와 비법조계의 구성 비율을 공평하게 조정하는 것이 필요함. 현행 제도는 9인의 위원 중 법조계 내지 법학계 위원이 6인으로 되어 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에는 법과 제도도 중요하지만 검사들의 의지도 중요함. 검찰이 정치적 영향력을 받지 않고 소신껏 주어진 책무를 수행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국가기관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토론1> 이정민 (단국대 법학과 교수)
규제에 원칙과 예외가 있어도 규제는 규제이기 때문에 획일성과 경직성이 있게 마련이고, 이 획일성을 없애기 위해 재량이 허용된다면, 다시 예측가능성이 없어 국민들은 항상 언제 내가 처벌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살 수도 있다.
원인도 불분명한 사안에 대해서 추정을 통해 불법을 단정하고 구체적인 위험도 존재하지 않는데 그 위험을 방지할 시설을 갖추지 않았다고 처벌하는 등의 형벌조항을 통해 자연인을 전과자로 만들고 법인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것이 우리나라 법의 현실이다.
<토론2>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
시장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법의 지배력을 높이는 동시에 불필요하게 과도한 법률을 양산하지 않는 균형적인 법제도의 설계가 필요하다.
자유시장경제가 올바르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법의 지배력이 중요한 필수 요건이지만 동시에 법이 야기하는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대한 제약은 시장경제의 덕목인 파레토 효율성을 약화시키는 작용을 하므로 법제도의 설계는 이러한 두 가지 작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토론3> 남선모 (세명대 법학과 교수)
가석방의 실질적인 요건을 정비하고 가석방 형기에 도달한 모든 수형자에 대해서는 가석방 심사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하며 나아가 가석방대상자는 모두 필요적 보호관찰대상자로 전환하는 적극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형사정책의 주요 목적 중 하나가 범죄자를 적정하게 처벌하면서도 그들을 개선·갱생시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임을 감안하면, 현재 법 규정이 아닌 관행에 의해 가석방이 집행되고 있는 것은 살리는 형사정책이 아닌 죽이는 법집행, 즉 일종의 사법치사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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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둘리는 사법(司法),어떻게 해야하나'토론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