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산단 A업체 추락사 장례식 쓸쓸히 치러져
업체, 책임 다하기 위해 노력…시민들 “진정성 없어 보여”
여수국가산단 내 A화학 대기업의 열병합발전소서에서 비계철거 작업 후 쉬려던 20대 일용 근로자가 20m 아래로 떨어져 사망한 사고가 발생한지 10여일이 지났다.
지난달 31일 오전 8시 30분께 A사 열병합발전소 내 비계철거 후 쉬기 위해 작업장 인근에 앉던 중 서모(29)씨가 추락 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한 시간도 못돼 사망했다.
지역에서는 ‘또 사고야’라는 걱정이 끊이질 않았다. 왜냐하면 지난 3월 대림산업의 폭발참사를 여수시민들은 잊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10여일 후인 지난 11일 오전 서 씨의 장례식이 여수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서 초겨울을 맞이하는 날씨만큼이나 쓸쓸하고 외롭게 치러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서 씨는 가족도, 친구도, 함께 땀 흘린 동료도 없는 가운데 장례식장 직원들에 의해 이날 소라면에 있는 화장장의 뜨거운 불구덩이 속에서 세상과 이별했다.
심지어 서 씨가 떠나는 마지막 길에 인력회사를 통해 일용직으로 서 씨를 고용한 대전의 H업체의 하청업체도, 산단 A사의 H보수업체도, 그리고 A대기업 관계자도 아무도 없었다.
현재 서 씨의 유골이 안치돼 있는 여수시영락공원 무연고자 봉안소에는, 장례 3일이 지난 13일까지도 찾는 이의 발길을 찾아 볼 수가 없다.
서 씨가 이렇게 외롭게 떠났던 것은 사고 발생 10여일이 넘은 여수경찰서의 ‘무연고 변사’결정에 따라 여수시가 ‘무연고자 장례’절차에 따라 11일 장례를 치렀기 때문이다.
더욱이 서 씨는 인력사무소를 통해 돈을 벌기 위해 타향으로 온 초보 일용 근로자여서 이 장례식을 본 몇 안 되는 사람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지난 12일 이 일용근로자의 쓸쓸한 장례식을 옆에서 지켜본 한 사람으로부터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진짜 이렇게 장례를 치를 수가 없다. 어찌 자신들을 위해서 일하다 젊은 청춘이 죽었는데 얼굴도 보이지 않냐”는 분노였다.
전화를 받고 이틀 동안 서 씨의 쓸쓸한 장례식을 취재했다.
서 씨는 고아원에서 자라 가족과 친인척이 없다. 그래서 경찰도 서 씨의 죽음을 지난 8일 ‘무연고 변사’ 처리해 여수시에 통보한 것이다.
서 씨가 고아이기 때문에 사고의 과실 여부를 떠나 장례 과정에서 가장 머리가 아플 수 있는 유가족이 없다. 이 때문에 업체는 더욱 서 씨의 장례를 후하게 치러줄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사망 후 장례까지 과정에서 서 씨와 관련된 업체관계자들의 처신은 ‘도의도 모른다’는 시민들의 비아냥거림을 들을 만큼 분노케 한다.
사고 직후 관계당국의 사고조사가 시작이 됐고, H업체는 장례식장에서 제일 작은 빈소를 대실하고 3일 동안 분향소를 설치했다. 회사 관계자가 이 3일만큼은 분향소에 있다.
공사가 끝나고 모두 대전으로 철수하자 이 관계자도 철수를 했고, 11일 장례식장에서 정례를 알리기 위해 전화를 했을 때는 여수에는 회사 관계자 어느 누구도 없었다.
H업체 측은 “서 씨를 아들처럼 생각을 하고, 연고자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지만 아무도 찾을 수 없었다”며 “빈소도 우리가 도의적인 책임을 다하기 위해 설치를 한 것이다”고 이야기한다.
유가족이 없어서 였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H업체가 3일 동안 빈소를 설치하고 지불해할 돈은 고작 95만원. 도의를 다 하려 했다는 H업체가 부담해야할 장례비용은 분향소 제단에 설치한 조화와 회사 명의로 빈소 입구에 둔 3단 화환의 비용과 3일간 빌려 쓴 장례식장 대실료가 전부.
그 외 장례과정에서 든 관과 수의, 화장장 비용 75만원은 여수시가 ‘무연고자 장례처리’ 규정에 따라 장례식장에 직접 지불했다.
매정한 업체들은 제대로 된 제사상 한 번, 수의 한 벌, 관 하나도 해주지 않고 자신들을 위해 일하다 아까운 청춘을 버린 서 씨를 그렇게 떠나보낸 것이다.
이런 비아냥거림에 대해 H사는 “자신들은 하청업체에 떠넘길 수도 있지만 도의적인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을 했었다”고 항변한다.
H사 대표는 “여수시가 일방적으로 장례절차를 통보해와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며 “회사장으로 사고현장 인근에서 노제도 지내고 서 씨의 마지막을 우리들 손으로 보내 줄려고 했다”고 했다.
또한 “11일 11시정도에 화장장으로 떠난다는 통보를 받고 여수시에 곧바로 전화를 해 이 같은 의사를 밝혔지만 우리는 제3자여서 행정적 처리에 어떻게 손 쓸 수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여수시와 이 과정을 옆에서 본 관계자들의 말은 H업체의 해명과는 차이가 있다.
시 관계자는 “회사 관계자가 무연고자 행정적 처리 절차에 대해 문의를 했고, 서 씨의 화장을 미뤄줄 것인지 돼 물었지만 그런 건 아니라는 답변만 들었다”고 설명했다.
장례식장 관계자도 업체관계자에게 화장시간을 알려주기 위한 지난 11일 통화에서도 “‘화장을 미뤄달라는 이야기는 전혀 없었고, 대전이라 멀어서 시간도 못 맞출 것 같다. 다음에 내려가서 한번 찾아 보겠다’ 성의 없는 대답만 들었다”고 전했다.
이런 소식을 들은 지역민들은 A대기업을 비롯해 대전의 H업체, 그리고 H업체의 하청업체가 너무했다는 비난이 쏟아내고 있다.
어떻게 자신들 사업장에서 일하다 죽었는데 젊은 사람을 이렇게 보낼 수 있냐”,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서 씨의 가족이라도 누군가 있었으면 이렇게 보내겠냐? 서 씨만 불쌍하다”
도의적인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 했다’는 업체의 말에 믿음이 가지 않는다. 한편 H업체 대표는 “우리 회사가 직접으로 책임을 질 필요는 없지만 내 일을 하다 서 씨가 죽었기 때문에 산재신고를 하도록 지시를 했다”며 “서 씨가 무연고자 이지만 산재보험금이 나오면 법원에 공탁을 걸어 이번 사고를 마무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H업체는 서 씨의 사망에 대한 과실여부가 내려지면 산재신고 후 나온 보상금을 법원에 공탁을 걸고 이번 사고를 마무리 한다고 하지만 이 공탁금을 찾아갈 사람이 세상에 없다.
제대로 된 제사상 한번 받아보지 못한 서 씨가 찾아갈 수도 없다. ‘누구를 위한 공탁금일까? 결국 회사가 다시 가져가겠지’라는 생각이 든다.
서 씨의 초라한 장례식을 본 여수시민들은 ‘사고공화국’이라는 오명으로 낙인찍힌 여수국가산단 주변에서 이런 불쌍한 죽음이 다시는 재발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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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일용노동자 목숨 값이 고작 '95만원'이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