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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도 역주행…정치 선진화 동참을
올해 4·13총선으로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의 3당 체제가 됐다. 이런 구조를 만들어준 민심은 협치에 있다.
부산분권혁신운동본부는 10일 논평에서 일방적 독주와 오만함을 보이던 새누리당에게 참패를 안기면서, 야야가 협력하고 경쟁하라는 뜻이다. 이런 영향으로 서울시·경기도, 호남권 등의 광역의회에서는 정치권력지형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양당 또는 특정 일당이 지배하던 지방의회의 권력구도가 다자 경쟁체제로 바뀌는 양상이다.
이에 비해 시의회는 새누리당 일당이 독식하는 철옹성으로, 민심의 '바람'과는 동떨어진 무풍지대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제7대 후반기 시의회 원(院) 구성과 관련한 새누리당 의원들의 '자리 나눠먹기' 형태를 보면서다. 7대 부산시의회는 2014년 6월 사전 '밀약'에 따라 후반기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들이 '내정'된 상황이다. 당시 전반기 개원을 앞두고 시의회 새누리당 다선 의원들이 주도해 전·후반기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번갈아 맡기로 '각본'을 짰다.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셌지만 그대로 밀어붙였고 후반기에도 밀약대로 이행하는 셈이다.
시의회의 이 같은 민낯은 '밀실야합'이고 의회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처사다. 민의(民意)의 전당이자 시민대표기관이란 이름이 민망하고 시대착오적인 일이다. 2010년 7월 출범한 6대 시의회에서는 전·후반기 의장단·상임위원장을 경선으로 뽑았다. 그 전 의장단 선거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지금 부산시의회는 거꾸로 간다는 느낌이다. 시를 견제·감시하며 시의회를 이끌어 갈 사령탑을 무조건 선수(選數)에 따라 나눠먹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의장단 후보들의 그동안 의정활동·철학과 리더십, 자질 등에 대한 평가절차를 거치지 않는 게 말이 되는가.
일각에서는 의장단 선거 과열로 시의회가 분열되는 부작용을 내세운다. 하지만 변명과 핑계에 불과하다. 선거 과열을 걱정해 공정한 경선조차 치를 수 없다면 오히려 부끄러운 꼴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다. 특히 일부 다선의원이 초선 등 전체 시의원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은 채 밀실에서 자리를 나눠갖는 것은 비민주적 행위다. 각 시의원을 뽑아준 시민 유권자들을 무시하는 자세이기도 하다.
이처럼 나눠먹기가 가능한 것은 시의원 47명 중 더민주당 비례대표 2명을 제외한 45명이 모조리 새누리당 소속이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여야 의원 간 치열한 경쟁구도가 형성될 리 만무하다. 같은 당 의원끼리 좋은 게 좋다는 식의 기류로 흐르기 십상이다. 전·후반기 모두 밀약에 따라 의장단·상임위원장이 정해지는 데도 시의회 내부적으로 이를 비판하고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이지 않을까.
이번 부산 총선에서 야당인 더민주당이 5석을 차지했다. 새누리당 일당지배에 대해 시민들이 심판을 내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의회 새누리당은 그런 민심을 깨닫지 못하고 '그들만의 리그'에서 다수의 힘으로 전횡을 일삼는 모습이다. 총선에서 새누리당에 등을 돌린 유권자들의 마음을 제대로 인식하고 성찰했다면, 후반기 의장단·상임위원장을 밀실에서 나눠먹는 후진적 행태는 없지 않을까 싶다.
시의회의 시대역행적 행태는 또 있다. 지난달 입법예고된 '지방분권 촉진·지원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그것이다. 이 개정안은 협치에서 관치(官治)로의 개악 수준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문제의 핵심은 기존 6개 주체(시, 시의회, 구청장, 기초의회, 교육청, 시민운동단체 대표)의 부산지방분권협의회를 부산시장 자문위원회 정도로 전락시키려는 데 있다. 부산시장이 20인 이내의 협의회 위원들을 임명 또는 위촉하는 것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분권협의회는 기관·단체 간 수평적 관계가 아니라 시장의 입김을 받는 자문위로 변질될 것이 자명하다.
그동안 시나 시의회가 지방분권 추진과 활동에 아주 미온적이었다는 점에서도 이런 조례개정안은 심히 우려스럽다. 7대 출범 이후 시의회에서 의원들이 분권 실현을 위해 5분 발언이나 시정질문 등으로 목소리를 내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 그나마 6대 시의회에서 가동됐던 지방분권특위는 7대 들어선 뒤 아예 사라졌다. 그런 7대 시의회에서 분권과 관련해 유일한 움직임이 이번의 퇴행적인 조례개정안이다.
이제 부산 정치지형은 새누리당의 일당지배체제가 아니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경쟁하는 구도다. 정치 선진화와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과거처럼 새누리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등식은 앞으로 유지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향후 선거에서는 부산이 야도(野都)가 되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들린다. 그만큼 부산의 민심이 변했다. 하지만 시의회는 아직 그런 변화에 둔감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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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독식 부산시의회,원 구성'밀실야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