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일 기자의 시사펀치>
새정치연합과 민주당의 통합은 새로운 정치를 통해 한국정치의 구조개혁을 염원했던 지지자들에게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민주당 독점의 호남정치를 극복해 호남이 한국정치 개혁의 진원지가 되기를 희망했던 광주전남 시도민들에게는 실망 그 자체이다.
지난 2년여 동안 많은 국민의 지지 속에 추진되어 왔던 새정치의 꿈이 결국 현실정치의 벽을 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민주당 내에서 새정치를 실현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만 것에 대하여 우리 내부의 반성부터 해야 할 것이다.
새정치는 먼저 가치와 노선을 분명히 하고, 이에 걸맞는 사람들을 모아서 새로운 정치세력과 질서를 형성하고 이들과의 소통과 공유를 통하여 새정치를 알리면서 단단한 기반을 만들어 나가야 했다.
우리가 희망했던 새정치는 개혁적이고 참신한 인물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정치세력의 형성을 통해 기존의 구태정치 세력을 교체하는 것, 독점 구조에 안주해 온 패권적 정치행태를 극복하고 호남정치를 복원하는 것, 이를 통해 2017년 정권교체의 희망을 현실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우리는 이러한 새정치의 실현이 비록 험난한 길 일지라도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국민과 함께 한걸음 한걸음 추진해 가길 원했다. 이름 없는 정치신인 일지라도 그들과 함께 꿈을 만들고, 당장의 선거에 지는 한이 있더라도 새정치의 비전과 정책을 국민과 함께 키워가길 바랬던 것이다.
그러나, 목표만 새정치였지 그 추진과정은 지극히 실망스러웠다. 도대체 새정치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고, 신당의 가치와 노선은 불분명 하고, 새로운 인물보다는 기존 정치권에서 밀려난 인사들만 모여들었다. 또한, 새정치 세력다운 치열한 논쟁을 통한 민주적 의사결정은 보이지 않고, 안철수 의원 자신이 몇몇 측근 비선라인에 의존한다는 설만 무성하게 했다. 이러한 실망스런 모습은 수많은 지지자들의 마음을 떠나게 만들었다.
명사 중심의 세 불리기를 통한 기존정치의 프레임을 답습하는 바람에 국민적 지지와 동력은 약해지고, 현실정치의 벽에 갇히면서 새정치의 빛은 점점 희미해져 갔고, 결국 우리가 극복하고자 했던 기존정치와의 타협이라는 방식을 선택하고 만 것이다.
합리적 설명과 민주적 토론이 없이 진행된 새정치연합과 민주당의 통합은 수많은 지지자들과 지방선거 입지자들을 한순간에 철새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호남에서 민주당 기득권 체제를 바꿔보려는 노력은 물거품이 되었고, 결과적으로 안철수 의원의 협상력을 높이는데 이용만 당하고 말았다. 우리 스스로에게도 지역의 주체적인 동력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앙정치에 편승하여 지역정치를 바꿔보려는 기획이 얼마나 허망한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말았다. 이제 호남정치의 경쟁체제는 사라지고 지역정치의 새로운 동력은 당분간 존재감이 무의미해졌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야권 분열로 인해 새누리당이 혹시라도 어부지리를 얻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안절부절 했던 많은 사람들은 이번 통합 선언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되었지만 마냥 환영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른 지역과 달리 호남의 요구는 민주당 일당 독점 정치의 타파였고, 경쟁체제를 통한 새로운 리더쉽이 출현하기를 기대했는데 이것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양대 기득권 정당의 틀 속에서 새로운 대안정당, 경쟁정당을 만들어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 보겠다는 구상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안철수 현상은 이제 유력 중앙정치인 한명만 만들어내고 막을 내렸다. 안철수 의원은 민주당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약속을 지키는 모습에서 새정치의 가능성을 보았고 통합을 결단했다고 밝혔으나, 민주당이 혁신의 길에 나설 것이라는 믿음은 기대난망이다.
지난 시기 민주당은 선거 패배 때마다 개혁과 변화를 외쳤지만 제대로 실천한 적이 없었다. 또한, 외부세력과 통합을 거치면서 변화를 추구해 왔으나, 통합만 했지 혁신은 없었다. 더구나 통합마저도 진정한 통합이었는지도 의심스럽다.
앞으로 탄생할 통합신당의 모습에는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 반성없는 민주당과 실패한 새정치 세력이 손을 잡아서 얼마만큼 변화된 모습으로 호남정치 개혁과 2017년 정권교체에 앞장설 것인지 걱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걱정을 불식시키고 꺼져가는 새정치의 불씨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통합신당이 도로 민주당이 되지 않는 것이다. 양 세력이 처절한 반성을 통해 혁신의 길로 나아가고 과거의 잘못된 전철을 밟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안철수 의원도 더 이상 호남을 기존 중앙정치인들처럼 전리품 나누듯이 줄세우고 갈라먹으며 이용하지 말았으면 한다. 호남에 씌어진 굴레와 천형은 우리가 기꺼이 감당할 것이며, 우리 스스로가 호남의 운명을 개척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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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정치의 개혁에 봄은 오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