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현일기자의 시사펀치
박근혜 대통령이 당초 사고수습 후 정홍원 총리의 사표를 수리하겠다는 입장을 바꿔 안대희 신임 국무총리 인선을 단행하였다. 남재준 국가정보원장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의 사표도 수리했는데, 국정원의 간첩조작과 세월호 참사 부실 대응에 대한 인책성 경질로 보인다.
이번 인사는 세월호 참살(慘殺) 이후 박 정권의 향후 국정운영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인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민심과 동떨어진 인사다.
우선 지적할 것은 박 정권의 독선과 불통, 거짓과 무능이 비판여론의 실체인데, 엉뚱하게도 검찰출신 인사를 중용한 것부터가 그렇다. 검찰은 속성상 정권안보를 위한 집행기구다. 민의의 수렴과 소통이 본연의 임무가 아니란 얘기다. 검찰출신 인사의 총리 인선은 소통과 공감을 요구해온 민심과 역행하는 방향의 국정운영을 예고하는 것이다.
안대희 총리 후보자의 일성 역시 “비정상적 관행의 제거와 부정부패 척결”이다. 집권세력 입장에서 보면 꼬일대로 꼬인 정국을 공권력 집행 강화를 통해 풀어가겠단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대한민국의 정상화’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일례로 박 대통령이 말한 ‘자신과 청와대를 제외한 정상화’에 동의할 국민들은 거의 없다. 박 대통령과 국민들의 간극이 하늘과 땅만큼 벌어져 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로 대변되는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요구가 뒷전으로 밀리고, 반부패의 요란한 나팔소리로 민심과 멀어진 간격을 메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렇게 되면 기강확립, 즉 군기잡기를 앞세운 공안통치 강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번 인사는 선거를 앞두고 갈수록 악화되는 민심을 달래려는 국면전환용 개각이다. 차떼기 한나라당 수사와 전두환 비자금 수사로 주가를 올린 안대희 검사의 총리 지명은 다분히 선거를 의식한 인사라고 본다. 안 총리 후보자의 깨끗함, 청렴함, 강직함 등의 이미지를 내세워 세월호 사건으로 떠나간 민심을 추스르고 눈앞에 닥친 6.4 지방선거를 돌파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김영삼 정권이 쌀수입개방으로 민심이 악화되자 ‘대쪽판사’로 명망 높은 이회창 전 대법관을 총리로 인선해 돌파하려 했던 것과 똑같다. 선거를 위한 개각이라는 박 정권의 의도가 여실히 드러난다.
안대희 총리 후보자의 발탁으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영향력이 한층 공고해졌다. 그는 김기춘 실장의 까마득한 검찰 후배이자 서울대 법대 동문이고 지역도 같은 경남 출신이다. 검찰은 군대와 더불어 기수별 서열이 엄격한 조직으로 유명하다. 25세에 최연소 검사로 부임했던 안대희 내정자는 “나는 김기춘에 비하면 발바닥”이라며 그의 아이큐는 170대일 것이라 찬양한 바 있다. 후임 총리도, 김수민 국정원 2차장도, 홍경식 민정수석과 우병우 민정비서관도 검사 출신으로 내각과 청와대의 요직이 검사 출신들로 채워지고, 권력의 한 축을 이뤘던 육사 출신의 남재준, 김장수가 동시에 직을 잃었다. 이로써 ‘부통령’ ‘기춘대원군’ 김기춘 비서실장은 명실상부한 원탑 실세로 한층 굳건한 친위체제를 구축한 셈이다.
유신헌법 만든 사람이 지금 (김기춘)비서실장인데, 그게 핵심이다. 청와대를 바꿔야 한다.” 현 집권층의 생리에 누구보다 밝은 남재희 전 노동부장관의 일갈이다. 박 대통령의 태도가 바뀌지 않았고, 2인자 김 실장이 계속 청와대의 실세로 군림하는 한, 만기친람의 국정운영, 받아쓰기 무능 내각, 민생 외면 정권 안보의 공안통치 기조는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박 대통령은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 셈이다. 박 대통령에게 이제 더 이상 기대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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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빠진 개각 또 국민을 기만하려는 책동이 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