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계 제주대학교 수의학과 교수는 20일 지난 2000년도와 2002년도에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성공적으로 구제역 확산을 차단한 예가 있는데, 이러한 한국의 방역은 국제사회에서도 손꼽히는 성공사례로 여겨져 왔다. 과거의 성공사례와 달리 지난해 11월에 발생한 구제역이 거의 전국적으로 퍼지는 국가적 재난 사태를 맞이한 것은 국가적 방역체계에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을 시사한다.
<사진 = 제주도청>
또한 이번 구제역 사태를 계기로 학계 및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하여 가축전염병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질병의 확산을 조기에 방지할 수 있는 방역체계의 개선(전담 방역기관의 신설, 지방자치단체의 방역 인력 및 장비 등의 확충 및 교육, 살처분과 예방백신 접종 등 방역지침의 개선 등)이 필요하다.
조기 정밀진단과 예방적 차단방역의 중요성
지난 11월에 경북 안동에서 처음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된 이후 일차적으로 음성으로 진단되었고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하 검역원)의 정밀진단에 의해 약 6일 뒤에 양성으로 판명되었다. 최종 양성으로 판명되기까지 구제역이 분뇨차량 등에 의해 전국 각지로 퍼지는 동안 차단방역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국가적으로 재난 사태를 맞는 원인을 제공했다.
이는 정밀진단에 의해 구제역을 조기에 진단하고 이에 따른 차단방역이 초기 대응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후에는 의심신고가 폭주하게 됐고 검역원에서 수많은 검사재료를 정밀진단하기 위해 검사 한계(수량적으로)를 넘어서는 밤샘 진단이 이루어졌을 것으로 추측된다.
검역원 이외에 가축전염병을 정밀진단 할 수 있는 시설을 각 도에 하나씩 신설하여 하고 이를 통해 구제역을 포함한 각종 가축전염병의 조기 정밀진단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의심신고가 접수된 농장을 중심으로 최종 음성 판정이 나오기까지 농장소독과 차량 및 사람의 이동 통제 등 일차적 차단방역조치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방역 시설과 인력의 확충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살처분과 소독 등 많은 면에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한계를 드러냈다. 전국적 발병예가 없었으니 체계적 방역의 한계를 넘어 우왕좌왕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지방자치단체의 방역 역량을 대폭 강화할 때다. 지자체 방역 담당기관의 인력을 대폭 확충해야 하며 전염병 확산 시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사전에 실전적 교육이 정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살처분에 필요한 장비와 소독방역에 필요한 장비 등도 충분히 확보하여야 할 것이다.
소독 방역의 개선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확대된 원인 중에 하나가 불행히도 추운 겨울철에 발생했다는 것이다.
기온이 낮아지면 구제역바이러스의 생존기간이 길어져 방역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또한 추운겨울에 병원체를 소독할 경우 소독약의 효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은 전문가들은 누구나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사투에 가까운 소독방역에도 불구하고 구제역바이러스는 생존했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 겨울철 소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소독액을 항상 데울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고 저온에서도 소독효과가 우수한 소독약을 선정할 필요가 있다.
방역초소에서 통행 차량에 대해 소독을 실시할 때 차량의 하부 및 측면을 분사소독하고 있다. 차량이 오염지역을 통과할 때 가장 먼저 오염되는 부위는 타이어이다. 차량이 농장을 출입할 경우 진흙이 타이어 바닥과 측면에 묻어서 오염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현재의 분무소독으로는 타이어 밑면의 홈과 측면에 묻어있을 흙을 소독하기엔 부족하다. 중요한 오염부위인 타이어를 완벽하게 소독하려면 소독액이 담긴 소독조를 통과하게 하여야 한다. 각 방역초소에서 도로를 파서 소독조를 설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이동 조립식 소독조를 개발하여 발생지역에 상관없이 이동 및 설치가 가능해야 한다.
살처분 및 매몰방식의 개선
현재 구제역 발생 시 발생지역 반경 500미터 이내의 감수성 동물은 살처분하게 되어있다. 살처분 및 매몰방식이 가장 시간 및 경제적으로 효과적인 방법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여기에도 개선할 점이 있다. 우선 우리나라에서 시행되는 살처분 방식은 약물주입에 의한 살처분이다. 이제는 근육이완제의 주입이 아니라 안락사에 사용되는 빠르고 동물에 고통을 덜 주는 약물의 사용이 필요하다. 약물주입 말고도 전살법의 도입도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감전위험이 없는 장비와 전살법을 개발하면 가장 신속하고 동물에 고통을 덜 주는 살처분 방식이 되는 것이다. 살처분 동물의 처리는 현재 사용되는 매몰방식이 가장 효율적인 방식인데 매몰 이후 수질오염 문제가 적지 않게 붉어졌다. 이는 매몰에 따른 구체적인 매뉴얼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였다. 방수용 비닐 두 겹을 깔은 후 흙을 최소 1미터 이상 덥게 되어 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아 동물사체를 투하할 때 비닐이 찢어지는 일이 발생하여 야기된 문제다. 매몰하는 방역담당자의 확실한 교육을 통해 매몰 매뉴얼을 정확히 지키게 함으로써 해결 가능하다.
예방백신 접종
현재 구제역이 발생하게 되면 우선 살처분을 하고 백신접종은 질병 확산여부에 따라서 실시할 수 있게 되어있다. 이제는 초기에 질병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원발지점 500미터 이내의 살처분과 함께 반경 10킬로미터 이내의 감수성 동물에 대한 링백신접종을 동시에 시행하여야 한다. 2010년 10월에 공표된 “구제역긴급행동지침”을 보면 백신접종은 접종지역내의 모든 감수성동물로 규정하고 있다. 소와 돼지뿐만 아니라 감수성동물인 염소와 면양에 대한 백신접종도 빠뜨려서는 안 될 것이다. 최근에 방어효과가 뛰어나고 사후관리가 쉬운 첨단백신이 개발된 것으로 안다. 백신 단가가 비싸다는 단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안전하고 효과적인 차세대 첨단백신의 사용도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개별 농장에서의 방역대책수립 및 계몽
구제역 발생 인근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구제역 발병이 없는 몇몇 지역의 예가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러한 경우는 공통점이 있다. 지역적으로 그리고 농장별로 구제역을 막기 위한 자구노력이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실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하루에 두 번 축사 및 농장을 소독하는 것과 사람 및 차량의 철저한 이동 통제 등이 그것이다. 구체적인 방역 요령 및 수칙을 정비하여 모든 농가에 전달하고 실제로 실행할 수 있도록 계몽하여야 한다. 농장으로의 진입로를 가능한 한곳으로 만들고 차량 소독장치와 대인 소독장비를 구비하여 상시 소독할 수 있게 하는 것도 권장 지도하여야 할 것이다.
구제역 청정 제주에서의 예방적 방역
제주도는 지리적으로 전염병의 유입 차단에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육지에서 상당한 거리를 두고 위치해 있고 항공기와 배를 제외하면 통행할 방법이 현재로는 없다. 따라서 구제역 및 다른 가축전염병에 청정인 제주를 지키기 위해 공항과 항만에서 예방적 소독을 철저히 하여야 한다. 특히 배를 통해 들어오는 차량의 소독을 철저히 할 필요성이 있다. 카페리에서 내리는 모든 차량은 소독조를 통과하게 하여 바퀴를 소독하고 이차적으로 분무소독을 통해 차량하부와 측면을 소독하여야 한다. 승객 역시 소독발판과 에어샤워를 거쳐 예외 없이 소독하게 하여야 한다. 중국, 일본 등 외국과 육지에서 골프관광객이 제주도를 많이 방문한다. 전염병 전파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골프화를 소독하기 위해 모든 골프장에 소독판을 클럽하우스에서 필드로 나가는 입구 안쪽에 설치하여야 하며 권장사항이 아닌 의무화 하여야 한다. 골프화를 소독하는 소독판 또는 얕은 소독조의 설치는 제주도뿐만 아니라 국내 모든 골프장에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전국적 확산 일로에 있던 구제역의 발생이 백신접종을 계기로 한풀 꺾이는 상황으로 전환되는 것 같아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조만간 구제역의 발생이 현저히 줄어들고 종식으로 이어지는 소식을 기대하며 구제역 방역 정책의 개선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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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 개선이 필요한 구제역 방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