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함정임은 1일 미라의 초상화는 서기 2세기 로마시대 이집트 미라 관 뚜껑에 그린 것으로, 마치 오늘날 영정처럼 조문객들에게 보여졌으리라 추정된다.
크기는 가로 20.5㎝,?세로 38.2㎝.창백한 얼굴이 보라색 튜닉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이 주인공은 귀부인으로 여겨진다.
그대였던가. 영겁(永劫)의 암흑 속에서 번쩍 솟구치는 황금빛을 보았다. 시간의 풍상(風霜)이 순금으로 빛나는 순간이었다. 황금 귀고리 여인.
우리는 만난 적이 있었다! 크기도 하여라, 그대의 눈동자는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검기도 하여라, 그대의 눈망울을 나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대를 처음 만난 것은 3년 전 런던 대영박물관 고대 이집트실. 그대는 심장 모양의 돌조각과 불행한 미라 여인과 사자(死者)의 파피루스와 미지(未知)의 로제타석을 떨치고 라임 나무 패널 위에 홀연히 나와 앉아 있었다. 나는 그대의 촉촉한 검은 눈동자에 사로잡혔다.
나는 사흘 밤낮 그대를 노래했다. 나는 사흘 밤낮 그대에게 기도했다. 그대는 나에게 연인을 약속했고, 영원히 죽지 않을, 오오 인간, 불멸의 사랑을 맹세했다. 그대의 검은 눈동자는 말하고 있었다. “너는 영원히 살리라. 너는 전처럼 다시 젊어지리라.”
정녕 꿈은 아니었다. 황금 귀고리 여인, 그대가 서울에 온다는 기별이다. 누구였던가.
나는 천년을 산 것보다 많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 겁 없이 읊었던 시인이. 그대는 라임 나무 위에서 천년을 두 번이나 살고 있지 않은가. 라임 나무의 숨결과 밀랍의 은은한 색조에 이끌려 다가갔다. 화가의 마지막 숨가쁜 붓질이 느껴졌다. 그대의 부드러운 입술이 움직이는 듯했다. 인간은 죽지 않는다. 너는 전처럼 다시 사랑하리라.’
아아, 이집트 여인, 그대는 약속을 지켰다. 오오 인간, 나는 불멸의 사랑을 얻었다.이제는 내가 약속을 지킬 차례, 고이 그대를 맞으러 나갈 때다. 봄 햇살이 눈부시다.
미라의 초상화 귀고리 여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