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한일장신대 교수는 25일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에 이강철 열린우리당 집행위원이 임명되었다.
김종민 대변인은 이강철씨를 발탁한 배경에 대해 “시민사회의 신망이 두텁고 특유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각종 사회 현안에 대한 조정력이 탁월하다”고 설명했다. 그럴까
이강철 신임 수석은 “평생 처음으로 월급 한번 받아보게 생겼다”고 소회를 피력했다고 한다. 이 대목에선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 민청학련 사건으로 7년6개월을 복역한 이후 줄곧 가시밭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역경을 이겨내며 어느새 이순의 나이에 이른 그가 나라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는 데 대해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정무수석이라면 모를까 시민사회수석이 적절한 자리인지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 시민사회의 영역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대구지역에서는 신망이 두터운지 모르겠지만, 서울과 기타 지역에서도 그러한지는 의문이다. 아전인수의 해석으로 들린다. 예를 들어 문재인 수석은 전국적인 인물로 부상된 후 절제된 언행으로 그의 신망은 부산을 초월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강철 수석은 아니다. 지나치게 편협한 정치적 행보와 거듭된 사고성 발언 등으로 정치인의 색깔이 짙게 드리워졌다. 정치 현안에서도 친화력이나 조정력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 사회 현안에 대해 탁월한 조정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은 어불성설이다. 고생한 측근을 챙기는 어설픈 코드인사가 일을 그르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청와대 수석이 지역안배라니
청와대 수석비서관에 대한 인사를 앞두고 해괴한(?) 기준이 공개적으로 회자된 바 있다. ‘민정수석-영남, 인사수석-호남’이라는 공식(?)이다. 대통령이 정찬용 수석에 이어 중요한 인사수석을 호남 몫으로 배려한 데 대해 호남인의 한 사람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그러나 거론되는 후보들이 모두가 한결같이 광주·전남 출신들이었다. 전북은 호남이 아닌가?
결국 낙점이 된 김완기 수석을 비롯하여 이학영 YMCA 전국연맹 사무총장, 박화강 전 한겨레신문 광주주재 기자, 윤장현 광주YMCA 이사장, 김용채 변호사, 박광서 전남대 교수 등이 하마평에 올랐다. 모두가 전남 출신들이다. 개인적으로는 이학영 총장이 되기를 바랐다. 전남 출신이 아니라 아주 훌륭한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전주를 가게 되면 고속도로 톨 게이트를 지나 처음 반기는 게 호남제일문(湖南第一門)이다. 호남지역의 관문이라는 의미다. 호남이란 지역명은 금강 이남을 일컫는다. 금강의 옛 이름이 한때 호강(湖江)이었다는 데서 유래한다고 한다. 그러니 호남이란 전라북도와 전라남도를 지칭하는 것이다. 전라도라는 지명도 전주(全州)와 나주(羅州)의 첫 글자를 딴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광주·전남이 호남을 독식하고 있다. 도대체 인사수석을 할만한 호남의 인물이 전남밖에 없는가? 재작년, 인사에서 소왜됐다고 전라남북도의 소인배들이 목청을 높일 때도 청와대는 광주·전남에만 신경을 썼다. 인사수석이 전남 몫이어야 한다는 논리에는 하등의 타당성도 없다. 그러면 이제부터 민정-부산, 인사-전남, 시민사회-대구가 되시겠다.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런 추잡한 글을 쓰는 까닭은 전북 출신이 소외됐다거나 전북 출신을 기용하라는 뜻이 아니다. 그런 취지로 지역여론을 자극하는 전남북 신문들에 대해서는 신물을 낸다. 문제는 지역주의 극복을 내세우면서도 지역주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청와대의 사고방식이다. 결과적으로 청와대 수석을 특정 지역 출신이 독식하게 되더라도 적임자를 찾는 과정 지역을 초월해야 한다. 이게 원칙이 돼야 한다.
윤태영 카드 접은 건 다행
또 있다. 이병완 홍보수석이 그만두겠다고 하자 처음 후임으로 거론된 인물이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이었다. 윤태영 실장이 홍보수석으로 적임인가. 다행히(?) 윤태영 카드는 접었지만, 그 사유가 쓴웃음을 짓게 한다. 적임 여부가 아니라 대통령이 옆에 두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홍보수석은 그 역할이 대변인과는 다르다. 언론정책을 총괄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변인 역할을 잘했다고 홍보수석도 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지난 2년 동안의 홍보수석실에서는 언론정책이 보이지 않는다. 홍보수석실에 언론·홍보 분야의 전문가들이 배치돼 있는지도 모르겠다. 노 대통령은 전문성보다 추진력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뭘 제대로 알아야 추진력도 생기는 법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유연해진 것에 대해서는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광주에 대한 빚, 민주당에 대한 빚, 측근에 대한 빚 등을 털어내야 한다. 부산의 대통령도 아니요, 광주의 대통령도 아니요, 캠프에서 고생한 측근들의 대통령도 아니다. 새 국정홍보처장에 경향신문 강기석 기자가 내정되었다고 한다. 인사는 바로 이런 식으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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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철·김완기 수석 발탁 유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