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행정학과 박광국 교수,(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혁신관리전문위원)는 14일 이번 참여정부의 핵심 키워드를 하나만 들라고 하면 거의 모든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혁신’이라고 주저없이 말할 것이다. 사실 역대정부치고 ‘혁신’ 단어 하나만을 가지고 최고통치권자인 대통령이 2년여를 두고 계속해서 중요성을 강조한 적이 없었다. 그만큼 정부혁신은 이제 2만불 시대를 앞두고 기필코 달성해야 하는 시대적 사명인 동시에 거스를 수 없는 국민적 여망이 되어가고 있다.
지난 2년여 동안 정부가 많이 변한 것은 사실이다. 2004년 행정개혁본부에서 펴낸 정부가 변하고 있다 에 소개된 정부혁신 사례를 읽어보면 정말 우리 공무원의 저력을 다시 한번 실감하곤 한다. 이런 연유로 OECD에서는 우리나라의 정부혁신에 주목하고 2005년 5월에 정부혁신세계포럼을 개최하도록 지원해 주는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정부는 세계가 괄목할 만한 혁신성과를 이룩하였는가? 지난 2004년 행정자치부가 중앙부처 49개 기관을 대상으로 행한 혁신관리 평가를 보면 극히 일부부처만이 A평가를 받은 반면 대다수 기관은 B이하의 평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혁신과제부문에서의 평가는 더욱 지지부진한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가에 대해 많은 원인분석이 이루어질 수 있겠지만 지난 1년간 정부혁신지방분권위 산하 혁신관리전문위원회에서 일한 경험을 토대로 혁신관리 4단계에 따라 내 나름대로의 진단을 해 보고자 한다.
첫째, 혁신점화 단계에서 점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요인을 꼽으라면 단연 공직사회의 위기의식에 대한 인지를 들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 정부혁신위, 행정개혁본부, 청와대 혁신관리비서실, 그리고 일부 선도부처의 혁신담당관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변하지 않으면 망한다’라는 위기의식을 별로 체감하고 있지 않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러다보니 혁신담당관실에서만 혁신의 필요성을 소리 높여 외치고 있을 뿐 정작 변해야 할 대부분의 부처 공무원들은 귀찮은 일이 또 하나 늘어났다는 식의 부정적 반응을 갖다보니 혁신성과가 가시화될 수 없었다.
둘째, 혁신설계 단계에서도 인과성에 바탕을 둔 혁신전략을 구사하지 않고 대부분의 부처가 그들 부서의 특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천편일률적인 전략을 수립하다 보니 혁신성과는커녕 부작용만 가져온 예도 있었다. 비전설정부터 실현가능성이 없는 거창한 구호만 나열되다 보니 이를 달성할 목표나 전략도 당연히 구체성을 결여할 수밖에 없어 부처내 공무원들의 공감대를 끌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는 부처가 많았다. 혁신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내부 공무원이나 외부전문가의 혁신아이디어를 많이 수렴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마음이 급하다보니 혁신담당관실에서 주도한 혁신안을 직원들이나 외부전문가로부터 추인받는데 급급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셋째, 혁신실행 단계에서도 기관장의 의지와 솔선수범을 바탕으로 강력한 혁신드라이브를 거는 것이 필요한데 너무 상황변수에 민감하다보니 원래 혁신안에 있던 핵심적인 내용은 다 변질되어 버리고 형식적인 혁신성과를 내는데 치중하는 양상을 보여 주었다. 혁신저항세력에 대해서는 기관장과 혁신추동세력이 인내심을 갖고 혁신의 당위성을 설득하고 그들로 하여금 이를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선에서 그들과 타협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혁신 지지세력이 이탈하는 현상도 목격되었다.
혁신내재화 단계에서도 혁신결과에 대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내려줌으로써 신상필벌이 분명하게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타당성 없는 혁신지표의 적용, 성과와 보상의 불일치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즉, 1차 결과인 혁신성과가 2차 결과인 보상체계(payoff)와 약한 상관성을 가짐으로써 이후의 혁신동력을 상실하게 만드는 악순환구조가 혁신관리의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약간의 부작용은 지금까지 혁신성과가 가져온 편익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앞으로의 혁신성과 제고에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기관장이나 혁신담당자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혁신계획을 수립할 때 대충하면 되겠지 하는 식의 사고방식은 금물이다.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한 부처의 혁신성과는 부처 내 전 직원의 위기의식 공유, 정교한 혁신설계, 혁신계획의 과감한 추진, 그리고 성과에 따른 분명한 신상필벌이 선순환 구조를 가지고 이루어질 때 극대화될 수 있다. 동시에 이러한 혁신노력은 일회성이 아닌 시스템으로 정착되어야 하며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조직구성원 모두가 부단한 학습을 통해 혁신자가발전기를 갖추도록 하는 조직풍토가 뿌리내려야 한다.
위기의식 부족 조직특성 무시한 천편일률 문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