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 성경륭은 3일 냉전시대의 붕괴 이후 세계질서는 국경의 의미가 약화되고 세계화가 급속히 진전되는 동시에 경제 블록화가 확산되고 민족주의가 대두되어 통합과 분열이 병존하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우리 나라가 속해 있는 동북아 지역 또한 중국의 지속적인 고도성장으로 인해 한 중 일 3국 간 경제적 상호의존이 더욱 심화되는 반면, 역사문제와 영토 문제를 둘러싸고는 갈등이 증폭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세계질서의 전환과 동북아 정세의 재편 과정에서, 우리 나라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국부증대를 위한 새로운 발전패러다임을 모색하는 것이 우리의 긴요한 과제다.
새로운 발전 패러다임 ‘혁신주도형 균형발전 전략
과거 우리 경제는 자본과 노동 같은 생산요소의 투입을 증가시켜 경제성장을 이루어 내는 ‘요소투입형 성장전략’에 크게 의존해왔다. 이러한 성장전략은 고도성장과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고 우리 나라를 중진국 반열에 오르게 하는 등 커다란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95년 이후 10년 간 국민소득이 1만 달러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성장의 한계를 보이고 있으며, 그간의 고도성장 과정에서 극심한 지역 간 불균형과 같은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했다.
우리 나라가 이러한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21세기를 리드하는 부강한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거의 요소투입형 불균형 발전전략’을 기술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으로 경제성장을 이루어내는 ‘혁신주도형 균형발전 전략’으로 전환하는 것이 매우 긴요하다.
우리 경제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키워드인 혁신주도형 경제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경제 각 부문의 효율성이 높아져야 한다. 아울러 국토의 공간구조 측면에서는 현재와 같은 서울과 수도권 중심의 일극 집중형 국토구조를 다극 분산형 구조로 개조하여 국토공간 활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일이 필요하다.
국토의 공간구조를 일극 집중형에서 다극 분산형으로 개조함으로써 물류비용 증가, 환경 오염, 지가 상승, 범죄 증가, 지역갈등 심화 등과 같이 수도권 집중이 초래하는 비효율성과 인력 자본의 이탈로 인해 활력을 잃어가는 지방의 비효율성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다극 분산형 국토구조로의 개조는, 수도권을 높은 경쟁력과 삶의 질을 향유할 수 있는 세계적 비즈니스 거점으로 키워 나가고 지방은 비교우위에 바탕을 둔 특성화된 발전을 통해 자립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감으로써 가능할 것이다.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주요 도시들이 전 국토에 흩어져 산재하고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15대 도시 중 9개가 수도권에 밀집해 있다는 사실이 이러한 국토 공간의 효율적 활용이 경제 선진화에 대해 지니는 가지는 의미를 대변해 주고 있다.
다극 분산형 국토와 개방형 국토의 공간구조
3면이 바다에 접한 우리 나라에서 다극 분산형 국토구조로의 개조는 개방형 국토구조로의 개조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즉, 다극화의 실현과 다극 거점의 활성화를 통해 3면 연해라는 천혜의 지경학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생기는 것이다.
개방형 다극분산 구조 아래서 3면 연해를 활용한다면 환동해 경제권, 환황해 경제권, 환남해 경제권을 내륙축과 연계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세계경제의 중심권역으로 부상하고 있는 동북아 지역에서 인접국들과의 경제교류 활성화를 적극적으로 주도해 나가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부는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건설, 공공기관 지방이전 및 혁신도시 건설, 수도권의 질적 발전 등 국가균형발전 시책을 통해 다수의 지역경제권 형성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세계질서가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 급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국가균형발전은 우리경제의 생존과 번영을 담보할 핵심과제의 하나이므로 지역 이기주의나 정치적 이해타산에 따라 그 취지가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 국가균형발전을 통한 부강한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이 지역, 정치적 입장, 개인적 이해관계를 극복하는 지혜를 발휘하는 것이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