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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협정 추진해도 되는가
기사등록 일시 : 2016-02-23 18:12:09   프린터

부제목 : 국가생존을 위해서는 평화협정 논의를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미국과 북한이 지난 1월부터 평화협정 논의와 관련해 비공식으로 메시지를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북한이 지난달 6일 4차 핵실험을 감행하기 며칠 전 북-미가 평화협정 논의에 은밀히 합의했다”면서 “미국은 비핵화 문제를 평화협정 논의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으나 북한은 거부했고, 곧이어 핵실험을 감행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존 커비 美 국무부대변인은 WSJ에 “정확히 말하자면 평화협정을 논의하자고 제안한 쪽은 북한이었고, 우리는 이 제안을 신중히 검토한 뒤 비핵화가 논의의 일부가 돼야한다는 점을 (북측에)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커비 대변인은 “북한 제안에 대한 우리의 답변은 비핵화에 초점을 맞춘 우리 美 정부의 오랜 대북기조와 일치하는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 17일 ‘비핵화-평화협정 동시 협상’을 제의한 바 있다. 중국 외교부가 어제 왕 부장의 23-25일 방미를 발표하며 “중국이 제안한 비핵화-평화체제 전환 논의를 병행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22일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 비핵화가 우선이고 평화협정 체결도 한국이 주체가 돼야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준희 통일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는 이미 밝힌 대로 비핵화 논의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또한 “평화협정도 미·북 간의 문제가 아니다”며 “우리 한국이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은 22일 대변인실을 통해 “평화협정 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기존 입장은 변한 것이 없으며, 한·미는 북한과의 어떠한 대화에서도 비핵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한국이 주체가 된다면 평화협정 논의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실망스럽다.

 

평화협정과 북한의 의도

 

6·25전쟁을 종식하고 정전협정 체결 당사자 간 적대관계를 청산하는 협정이다.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유엔군사령부 해체, 주한미군 철수’가 수반된다. 그러면 북한은 ‘한반도 적화통일’을 위한 무력공격이 보다 용이해진다. 그래서 북한은 1974년부터 줄기차게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해오고 있다. 핵무기를 개발한 이후에는 보다 공세적이다.

 

최근 사례

 

1973년 1월 자유월남, 미국, 北월맹, 베트콩(베트남 임시혁명정부)이 맺은 파리평화협정이 있다. 평화협정의 준수를 담보하기 위해 다른 8개국(영국·소련·프랑스·중국·캐나다·이란·헝가리·폴란드)이 서명에 참가했다. 미국은 자유월남을 안심시키기 위해 방위조약을 체결하면서, 만약 北월맹이나 베트콩이 도발하면 즉각 해·공군력으로 북폭(北爆)을 재개하고 자유월남을 지원키로 굳게 약속했다.

 

北월맹은 자유월남을 안심시키기 위해 많은 인질을 남겨두었다. 미국은 상당액의 무상원조를 약속했다. 자유월남은 군사력과 경제력에서 北월맹보다 월등히 우세했고 공군은 미군이 넘겨준 신형 항공기로 세계 4위였다. 그러나 자유월남에 주둔한 미군이 철수하자 北월맹은 1975년 무력침공으로 자유월남을 공산화했다. 평화협정에 서명한 미국은 물론 다른 8개국도 北월맹의 평화협정 파괴에 대응하지 않았다. 이를 본 북한은 1974년부터 수시로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방침

 

정부는 북한의 무력적화통일 전략과 자유월남 패망을 교훈삼아 그동안 평화협정 논의 자체를 거부해왔다. 그러다가 2005년 북한의 핵무기보유 선언이후 평화협정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남북 간에는 이미 추진 합의를 했다.

 

2007년 10월 4일 평양 제2차 남북정상회담(노무현-김정일) 합의문 제4항에 “남과 북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명기했다.

 

그리고 뒤이어 2007년 11월 29일 제2차 남북국방장관회담(김장수-김일철, 평양) 합의문 제4항 “쌍방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기 위해 군사적으로 상호 협력하기로 하였다”고 명기했다. 잘못된 합의란 평가가 다수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2010년 1월 11일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기 위한 회담 제의에 대해 “6자회담이 재개되고 북한 비핵화 과정에 진전이 있으면 9·19공동성명(2005)에 명기된 대로 직접 관련 당사국들이 적절한 별도 포럼에서 평화체제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당시 스티븐 보즈워스 美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4자회담이든 양자회담이든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북한과 평화체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을 방문한 美 토니 블링큰 국무부 부장관이 2015년 10월 7일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 “평화협정보다 북한의 비핵화가 우선”이라고 말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전했다. 북한이 지속적으로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해온데 대한 미국의 반응이다. 블링큰 부장관의 이 날 발언은 북한 외무성이 같은 날 평화협정 체결 문제를 논의할 미·북 간 협상을 갖자고 미국에 거듭 제의한 데 대한 반응이다.

 

이같이 정부는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면 평화협정 논의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2005년 6자회담 9·19공동성명 합의부터 견지하고 있다. 과거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했던 시기에도 우리는 평화협정 논의를 그토록 반대해왔던 것을 수정한 것이다. 걱정스럽다.

 

평화협정이 체결된 후 북한은 무력도발 할 것인가?

 

주한미군 철수와 유엔군사령부 해체로 인해 6·25 참전국(미국 포함 16개국)의 참전이 불가능하다. 한국은 단독으로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응해야 한다. 따라서 북한은 무력도발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은 한반도 적화통일을 위해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 북한군은 현역 120만 명, 예비군 770만이다. 핵무기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폐기하더라고 화학무기, 생물무기, 비대칭 전력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 한국에는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종북세력(從北勢力)도 적지 않다.

 

이에 비해 한국군은 현역 63만에 예비군 310만 명이 전부다. 지금도 한국군은 시시각각 줄어들고 있다. ‘국방개혁 2014-30’에 따라 2022년까지 현역 52.2만, 예비군 150만이 되도록 감군하고 있다. 북한의 화학무기·생물무기·사이버전·전자전에 대한 방어책은 거의 전무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국가생존을 위해서는 평화협정 논의를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여기서 정부의 잘못을 따질 겨를이 없다. 김정은이 이번에 미국의 요구(북한 비핵화-평화협정 체결)를 수용하지 않은 것은 우리에게 천만다행이다. 핵무기 고도화에 어느 정도 성공한 김정은이 비핵화 없이 평화협정을 강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미-중이 합의할 경우 평화협정 논의가 언제든지 시작될 수 있다. 정부는 평화협정 체결을 막을 수 없다면 국가생존을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1 한국이 평화협정 체결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통일을 추구한 한국은 정전협정에 서명하지 않았다. 따라서 북한과 중국은 한국을 평화협정 논의(체결) 과정에서 제외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2007남북정상선언에도 ‘3자’ 또는 ‘4자’ 정상으로 명기했다. 3자는 ‘남-북-미’, ‘북-중-미’ 인지 명확하지 않다.

 

2 평화협정 체결의 전제조건을 추가로 제시해야 한다.

 

북한이 6·25 남침도발에 대해 사죄하고, 전범(김일성 시신 포함)을 한국에 넘겨주고, 전쟁배상금을 물도록 해야 한다. 국군포로와 전시납북자를 송환하도록 한다. 전정협정 위반(40여만 건)에 대해 사과·처벌·손해배상을 하도록 한다.

 

3 북한의 대남적화통일 전략을 포기하게 해야 한다.

 선군정치 폐기, 4대 군사노선 포기, 화학무기·생물무기·탄도미사일(생산시설과 과학자 포함) 완전폐기, 북한군 현역 및 예비군의 한국군 수준으로 감축, 한국 수도권에 위협을 주는 장사정포의 후방철수 등이 완료되어야 한다.

 

4 국방력을 증강해야 한다.

 

국방비를 증액하여 부족 전력을 시급히 보강해야 한다. 국방개혁 추진을 중단하고 병력을 오히려 증강해야 한다. 국가총력전 태세로 전환해야 한다. 정부는 최악의 안보상황에 대비하고 평화협정이 가져올 파장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konas)

 

김성만 (예, 해군중장  재향군인회자문위원  안보칼럼니스트 前 해군작전사령관


정승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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