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15 총선에서 대중은 50년 한국 정당사에서 전혀 새로운 정당, 민주노동당에 대한 기대로 13%의 지지를 보냈다. 그리고 2년 동안의 ‘검증’을 거친 이번 선거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지지를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번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기대치는 있으나 전략은 없었다.
선거 평가에 대한 어려움이 있다. 평가를 위한 잣대가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내건 15% 득표300만 지지 300명 공직자 시대는 이전처럼 당이 순성장할 것이라는 관성적 기대치에 불과했다. 지난 2년간 우리 당은 무엇을 위해 투쟁하고자 했으며 이번 선거에서는 무엇을 얻을 것인가를 분명히 하지 못했다. 선거전략 이전에 전락적 목표를 분명히 하지 못한 점이 실패의 핵심이라는 이야기다.
선거가 임박해서 주 슬로건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적지 않은 논의가 있었으나 명쾌한 물건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다. 우리 안에 있지 않은 그 무엇을 대중에게 말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래서 12%가 우리가 딛고 설 그 무엇이라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사실, 그것이 민주<노동>당에 대한 대중의 지지라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문제인 것이다.
관성의 탈피, 내부로부터의 혁신
서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를 중심에 두고 그 대안을 마련하는 일을 당의 우선사업으로 해야 한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대중들과 함께, 그들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한 정치활동을 사업의 중심에 두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혁신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있다. 당 지도부는 선거 결과에 대해 아쉽고 부족했다고 이야기 했을 뿐 무엇이 부족했는가에 대해 말하지 못했다. 구체적이고 진솔한 반성으로 새로운 출발을 위한 대중의 동의를 얻지 못함으로써 ‘개표 이의 대중정치에도 실패했다. 국회에서는 의원 대표단을 구성하고 후반기 원내 활동을 새로 시작하면서도 당의 미래에 대해 대중은 물론 당원들에게도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했다.
당 기관지는 선거전술과 선거운동에 대한 잘잘못을 따지는 데 지면을 할애 할 뿐, 당의 변화와 새로운 방향제시를 위한 담론을 선도하지 못하고 있다. 당 혁신 논의는 일부 조직 시스템 개선 문제에 갇혀있다.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논의는 생략된 채 대선 전략과 기획이 먼저 회자되고 있다. 우리 당의 오랜 관성으로부터 기인하는 현상이다. 대중과 함께하는 정치, 민생을 우선하는 정치는 관성을 탈피하고자 하는 내부의 혁신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방향을 분명히 하는 혁신
선거 이후 중앙당에서는 인사혁신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당 대표의 강한 의지가 표명되었고 공감을 형성하고 있다.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앞서 해야 할 일이 있다. 당의 변화는 어디에서 시작되어야 하고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가가 분명히 제시되어야 한다.
민생중심 노선을 실현하기 위한 당의 핵심 사업은 무엇으로 하고, 당 내가 아니라 대중을 향한 정치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가 이야기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어떤 시스템이, 그리고 어떤 사람이 필요한지 논의 되어야 한다. 혁신은 과거와의 단절을 의미한다. 무엇을 버리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토론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기수 민노당 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