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어린이들에게 기쁨을 주려고 에어쇼에 참가한 공군기 한 대가 추락하여 조종사 김도현 대위가 숨지는 참으로 가슴 아픈 사건이 벌어졌다.
33세의 젊은 아빠, 김 대위는 추락하는 비행기가 관람석을 피할 수 있도록 비상탈출을 시도하지 않고 조종사 자리를 사수하다가 추락한 것이라고 하니 국민은 더욱 눈물겨워한다.
만일 그 조종사는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 무사하게 살아남고 비행기는 관람석을 때려 아빠 엄마 손을 잡고 에어쇼를 구경하며 황홀해하던 어린이들을 저 세상으로 모두 보냈다면 그것은 더욱 끔찍한 일이었을 것이다. 더욱 소름끼치는 일이 되었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그 날이 김 대위의 결혼 4주년이 되는 뜻 깊은 날이었다고 하는데, 자기 목숨을 던져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한 그는 추락하는 그 순간에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는 아마도 어린 두 아들의 얼굴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의 엄마, 그 뒤에 부모님 얼굴이 떠올랐을 것이다. 그런 돌발적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되었다 살아난 사람들의 경험 들어 보면 마지막 순간에 떠오르는 얼굴의 순서가 대개 그렇다고 한다.
물론 군 당국이 앞으로 김 대위의 가족을 돌보아 주기는 하겠지만, 남편 없이 살아야 하는 젊은 미망인과 아빠 없이 자라야 하는 어린 두 아들을 우리가 생각해도 앞이 캄캄하게 느껴진다. 국가는 법으로 이런 고귀한 희생을 감수한 멋있는 한국인들의 가족이 한 평생 굶지 않고 살아 갈수 있는 길을 법으로 마련해야 하고, 그 용기와 희생정신을 온 국민이 오래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특별한 기념사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믿는다.
어린이날의 모든 행사도 그 에어쇼도 끝나고 나면서부터 궂은 비가 하염없이 내린다. 아름답고 장한 한 대한민국의 사나이의 멋진 죽음을 슬퍼하기나 하듯이 계속 궂은 비가 내린다.
조종사 김도현 대위
